도시에서 만나는 짭조름한 바다의 맛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 사이, 그리고 을지로 방산시장과는 얼굴을 마주하는 오장동 중부시장. 발 편한 신발 한 켤레면 온 종일 시장들을 돌며 세상 구경, 사람 구경 실컷 할 수 있는 요지에 자리 잡고 있다.
오장동 중부시장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예관동, 을지로에 걸쳐 있을 만큼 그 규모가 크며, 1만 6327제곱미터의 대지에 900여 개의 점포가 오밀조밀 모여 있다.
대부분의 점포는 건어물 전문 시장답게 멸치, 오징어, 노가리, 미역, 김, 굴비, 건채 등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주로 다루며, 그 외에 한과, 견과류, 제수를 다루는 곳도 꽤 있다. 대부분 시중보다 20~30% 저렴하다.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건어물 외에도 근해, 주변 국가에서 잡히는 다양한 어류를 취급하므로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중부시장은 새벽 3~4시에 문을 열어 정오까지는 상인들을 상대로 도매하고 오후에는 일반인에게 소매한다. 오후 6시 정도면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에 여유 있게 돌아보고 싶다면 세 시간 정도 넉넉히 잡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넉넉한 인심에 후한 덤까지
건어물 전문 시장임을 알리는 커다란 아치형 문은 도시와 바다를 냄새로 구분 짓는 경계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양옆으로 늘어선 멸치 상회들. 자잘한 볶음용 멸치부터 국물을 내는 데 사용하는 것까지 종류별, 산지별로 수북수북 쌓인 멸치더미가 줄을 잇는다. 맛을 보라는 상인들의 권유에 한두 개씩 집어먹다 보면 한바퀴만 돌아도 물이 켜고 턱이 얼얼할 정도니 재래 시장의 인심도 수북한 멸치만큼이나 넉넉하다.
멸치 골목을 지나면 미역, 김, 새우, 굴비, 쥐포, 북어를 파는 상점들로 이어진다. 시장에도 트렌드가 있는데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것은 가공식품화한 건어물. 특히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조미한 김이나 쥐포, 북어가 트렌드를 이끈다.
재래 시장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흥정. 반듯하고 깔끔하게 포장된 마트에 길들여진 이들에겐 조금은 수선스럽기도 하겠지만 말만 잘하면 한움큼씩 더 집어주는 재미를 맛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게다가 수십 년간 한 가지만 취급해온 생활의 달인에게서 요리법이나 보관법 등 요긴한 정보도 덤으로 들을 수 있으니 재미와 실속을 한번에 얻는 행운이 중부시장에서는 가능하다.